침묵의 장기 '콩팥', 정기 검진은 필수!
[매일신문] 침묵의 장기 '콩팥', 정기 검진은 필수!
2024-04-03 이화섭 기자
기능 떨어지고 발병되도 인지 어려워…자각 증상 생기면 이미 심각한 단계
당뇨 고혈압 진통제 항생제 등 원인…혈액·소변검사 진단 후 초음파 시행
강낭콩 모양에 팥 색깔을 띄는 '콩팥'이란 장기는 생긴 모양이 매우 직관적이다.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콩팥은 기능이 떨어지거나 병이 생겨도 이를 인지하기가 어려워 간과 함께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그래서 콩팥 질환 또한 뒤늦게 발견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만성 신부전'이라 불렸지만 자칫 콩팥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것으로 환자가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름이 바뀐 '만성 콩팥병'이 그러하다.
◆ 만성 콩팥병의 원인과 증상
만약 자신이 피로감을 잘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식욕이 없고 잠을 잘 못 자는 경우, 밤에 쥐가 잘나는 경우, 몸이 잘 붓고 소변을 너무 적게, 혹은 자주 보는 경우에 만성 콩팥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병, 고혈압, 고령 및 만성 콩팥병의 가족력이 있는 자는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칼륨 배출이 감소하여 고칼륨혈증의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고칼륨혈증은 근육마비, 부정맥, 심장마비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이영환 곽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만성 콩팥병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어 병에 대한 인지가 어렵다"며 "자각 증상이 생겨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을 받았을 때는 병기가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돌이킬 수 없다"고 경고한다.
만성 콩팥병의 주요 원인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이 있고 그 외에도 다낭성신증, 만성적인 요로 감염, 요로 폐쇄, 선천적 기형 등 콩팥과 비뇨기계의 질환 또한 만성 콩팥병을 부른다. 진통제나 조영제, 항생제 등 콩팥에 무리를 주는 약물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과장은 "만성 콩팥병의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원인에 대한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만성 콩팥병을 찾아내려면
만성 콩팥병은 간단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피검사로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를 검사하고 이를 통해 사구체 여과율이라는 신장기능을 간접적으로 추정한다. 소변검사로는 혈뇨, 단백뇨의 유무를 확인하며 이후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정량 검사를 추가 실시한다.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 또한 콩팥의 크기 및 모양을 확인하여 만성 콩팥병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혈액검사를 했을 때 콩팥 기능의 감소 현상을 발견하거나 콩팥 기능 이상은 없지만 초음파 검사에서 양쪽 콩팥의 크기가 작아져 있는 경우, 소변 검사 시 혈뇨나 단백뇨와 같은 콩팥 손상의 근거가 발견되고 이 소견들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 콩팥이 약하다면 단백질·염분 섭취 줄여야
만성 콩팥병 진단을 받았다면 먼저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이영환 과장은 "고혈압은 콩팥병의 원인이며 동시에 콩팥병에서 악화되는 합병증이므로 철저한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인 혈압 조절의 목표는 130/80 mmHg 이하이며, 나이나 원인 질환, 단백뇨 유무에 따라 이보다 더 철저한 혈압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 요법은 '말기 신부전'이라 하는 만성 콩팥병 5기에 해당할 때 실시한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받으면 신대체 요법까지 진행하지는 않는다.
식이요법의 경우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단백질과 염분 섭취를 평소보다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대체로 필요 이상으로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노폐물이 몸 안에 축적되며 콩팥에 더 부담을 줄 수 있고, 짜게 먹으면 체내에 수분이 축적되거나 갈증이 유발되어 수분을 과하게 섭취, 콩팥에 부담을 준다. 염분은 1일 5g 정도로 간장 1작은술, 배추김치 2, 3조각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만성 콩팥병 환자라면 현미, 보리, 감자, 고구마, 토마토, 바나나, 키위, 시금치, 땅콩, 호두, 아이스크림 등 칼륨이나 인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을때도 조심해야 한다. 칼륨이나 인의 수치가 올라가면 고칼륨혈증이나 혈관의 석회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약물이나 과도한 건강 보조 식품들이 콩팥에 유해할 수 있다.
이영환 과장은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방사선 검사를 위해 조영제를 사용하는 경우 만성 콩팥병의 급성 악화를 유발한다"며 "만약 만성 콩팥병 환자가 진통제를 처방받거나 조영제 검사를 할 때 담당 신장내과 전문의와의 상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영환 곽병원 신장내과 과장